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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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터의 감정
관리자 2020-06-25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벽에 붙여 놓은 다음 표정 중에서 지금의 기분을 나타내는 표정을 고르고 그 이유를 포스트잇에 작성하여 해당되는 표정 아래에 붙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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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참가하는데 방해가 되는 생각과 이유를 A4 용지에 쓰세요. 구겨서 저를 향해 힘껏 던지세요.

하나씩 가져가서 그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을 작성한 뒤, 원래의 A4 용지와 함께 구겨서 던지세요. 또다른 A4 용지에 적혀 있는 내용을 확인한 뒤, 상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해결책을 적어서 원래의 A4 용지와 첫번째 해결책이 적힌 색종이와 함께 구겨서 던집니다.


이제는 자신이 작성했던 A4 용지를 찾아옵니다. 적혀 있는 두 가지의 해결책을 살펴봅니다.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 상태는 더 나아졌나요? 아니면 더 나빠졌나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날로 길어지고 지속되고, 더불어 식욕과 뱃살이 늘어나면서 턱선마저 사라지고 있다. 다시 살려 내기 어려운 턱선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감정선인 것 같아 퍼실리테이터의 감정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퍼실리테이터로서 참가자들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위 두 가지 오프닝 기법은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부정적이라고 느껴지는 경우에 특별히 사용하는 도구로서 현재의 감정을 묻는다. 감정에 막혀서 이성이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여하간에 막혀 있는 감정을 풀어야 몰입이 가능해지므로 감정을 해소해야 진행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감정은 어떤 감정이 있는지 알아주기만 해도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필요에 따라 앞에 소개된 두 가지 도구를 연달아 사용하기도 한다. 발동 걸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참가자 그룹이 있게 마련이다. 


영어에는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4000개가 있는데 비해서 우리말에는 437 개가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는 30% 라고 한다.

단어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살지 않는다는 뜻일까? 아니면 느끼는 감정은 세밀한데 그만큼 투박하게 표현한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영어의 인사말은 이미 감정을 묻고 있다. ‘How are you?’는 hello 대신에 쓰는 우리의 ‘안녕하세요?’와 같은 의례적인 인사말이지만 열린 질문 (Open-ended question) 으로서 답을 굳이 한다면 지금 나의 기분이나 상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인사말은 ‘안녕’하다는 것을 전제로 안녕하냐 아니냐를 답하는 폐쇄형 질문 (Closed question)에 가깝다. 


의례적인 인사말이라도 표현이 다른 것은 확실하다. 화병(火病)만 해도 그렇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화가 쌓여 울(鬱)해진(답답한) 것을 의미한다. 즉, 화병은 화의 기운을 가진 분노가 쌓인 병이다. 서구 정신 의학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한국적 진단명이라고 한다. 분하고 억울하고 원통하고 원망스럽고 괴로운 심리 및 감정 상태를 말한다. 격해진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쌓아 두다가 병이 될 정도이니, 감정을 표현하고 알아채는 것에 우리는 유독 둔감한 문화인 것인가, 다시 생각 해 보게 된다.


감정계란.JPG


퍼실리테이터로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알고 풀어주려면, 자기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풀어내는 것에 능숙해지는 것이 먼저겠다.

감정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단순하게 기분으로 표현해 보자. 기분이 나쁜데 노래가 나올까? 하기 싫은 노래를 억지로 시키는데 노래가 나올까? 기분이 나쁜데 공부가 될까? 기분이 나쁜데 말하고 싶을까? 기분이 나쁜데 다른 사람과 어울려 이야기하고 싶을까? 그렇게 친다면 기분이 나쁜데 뭔들 하고 싶을까?


이것이 퍼실리테이터가 감정에 대해서 알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서로 의견을 내고 합의에 이르러 의사결정을 해서 실행하여 결과를 내는 과정을 함께 거치는 참가자들로서 기분이 나쁘다면 그 어느 것도 온전히 참여하기 어렵다. 참가자들이 퍼실리테이터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되거나, 서로에게 대해서 감정의 골이 있어서는 앞에 언급한 과정 상 어떤 단계에서도 최대한의 참여가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감정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참가자들이 인지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참여할 상태인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참가자들이 ‘Now & Here’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최우선이다. 아니면 ‘No Where’에 가 있게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감정에 귀 기울이고 감정선을 살리고 나면, 나의 사라졌던 턱선도 돌아올까?



정혜선 파트너, 인피플 컨설팅 (nowhr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