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칼럼

우리는 안전한가?
관리자 2017-07-11

우리는 안전한가?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참석자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해 질 수 있도록 Powerful Opening 준비에 많은 시간과 의미를 부여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어색하고, 불편해질 수 있는 마음들이 편안하게 이완되고 부드러워질 때 워크숍에서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꺼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퍼실리테이션을 위해 퍼실리테이터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선호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고, 워크숍 준비 단계인 Sensing 단계에서부터 그들만의 프로토콜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패턴 등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퍼실리테이터의 많은 노력이 퍼실리테이션의 성공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워크숍의 분위기 역시 중요한 관건이다. 워크숍의 분위기는 참여자 중 어느 한 명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 우리는 리더 혼자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바람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워크숍을 한두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반면 전혀 상반된 분위기의 워크숍에 대한 기억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예전에 어느 워크숍에서 조직 내의 성공 사례를 워밍업으로 꺼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성공 사례를 꺼내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 했지만, 누군가 조그마한 성공 사례를 용기내어 말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성공 사례 가득한 훈훈한 분위기 속에 워크숍을 마칠 수 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yaytg335859.jpg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분위기는 비단 워크숍 만이 아니라 조직 또는 팀 운영의 성패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과거 내가 몸 담았던 직장에서 어느 고위 임원의 조언이 생각난다. 그 분은 항상 ‘안전거리’를 강조하셨다. 필자는 ‘안전거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안전거리가 운전할 때에나 주의하게 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상대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보디 존(Body zone)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공간, 어느 만큼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공간의 개념을 ‘보디 존’ 혹은 Proximity라고도 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 간에 서로 설정하고 있는 관계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cb120004144.jpg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비교문화연구가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은 인간의 보디 존을 가까운 정도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했다. 우선 가족, 친구, 사랑하는 연인 사이를 의미하는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이다. 가족, 친구, 연인들은 서로의 간격에 들어와도 불편함이 없고 오히려 더 친숙하고 친밀하게 느끼고 아마 더 가까이 가려고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친밀감은 있으나 아주 가깝지 않은 사이를 의미하는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이다. 보통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의 거리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예의와 격식을 갖춘 공식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사이를 의미하는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이다. 마지막은 강의를 듣거나 할 때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를 의미하는 공적 거리(Public distance)이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신이 설정한 관계에 따라 일정한 공간거리를 두고 싶어하며, 누군가가 너무 가까이 오면 자신의 보디 존이 침해 당했다고 느끼고 불쾌해진다.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일정한 거리 두기를 알게 모르게 행하게 되는데, 그 바닥에는 심리적 안전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고려할 때 성공적인 퍼실리테이션의 첫 걸음은 참여자 사이에 친밀한 거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퍼실리테이션의 전문성은 참여자들이 속한 조직 문화, 팀 리더의 성향, 구성원의 다양성 등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주는 강력한 오프닝, 질문기법, 수직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수평적인 열린 토론을 디자인함으로써 더욱 빛이 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은 조직 운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더라도 편안하게 받아줄 수 있는 안정감이 있어야 직원들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며, 이런 포용적 분위기 또는 문화는 리더의 영향을 크게 받게 마련이다. 리더가 포용적 분위기를 의식하고 강조할 때 그 조직이나 팀은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 사고를 내놓게 될 것이다.


tis014d14080067.jpg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바라는 리더들에게 지금이라도 퍼실리테이션의 씨앗을 심어서 포용적인 문화의 꽃을 피울 준비를 하기를 권해 본다.


장인정 이사.jpg

장인정 이사
Chris22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