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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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필요합니다.
관리자 2019-12-20

“회의합시다.”


사회초년병 시절, 팀장님의 ‘회의합시다.’라는 말이 그렇게 좋았다. 비로소 내가 직장인이 된 것 같아서 어깨까지도 으쓱해졌다. 회의실에 흐르는 적당한 긴장감, 팀장님에 말씀에 따라 오가는 대화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하며 삼삼오오 회의실을 떠나는 모습까지,그 모든 것이 좋았다. 회의가 끝나면 대리님 자리를 기웃거리며 어깨 너머로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을 배우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연차가 쌓여갈수록 회의는 일상이 되었고,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업무가 되었다.


회의는 직장인들이 기피하고 싶은 업무 중 하나일 것이다. 직장인은 하루 평균 1.4회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고, 직장인 중 72.8%가 ‘참여하는 회의 일부가 불필요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2018년 4월, 잡코리아 인용) 회의는 정말 불필요한 것일까? 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의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까.


그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다. 회의의 주제와 목적에 대해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회의를 왜 하는지, 목표는 무엇인지, 끝나고 났을 때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또는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인학습이 가장 효과적일 때는 ‘필요성을 느낄 때’이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회의의 주제와 목적이 나에게 중요하다면, 혹은 나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적어도 그 회의가 불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참석한 회의에서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그 회의는 불필요한 회의이며, 결코 만족할 수 없는 회의가 된다.


필자가 기억하는 회의의 첫 모습은 어릴 때 보았던, 양복을 입은 집안의 많은 어른들이 모여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집안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아주 높은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라는, 회의에 대한 일종의 동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 팀장님의 ‘회의합시다’라는 말에 어깨가 으쓱해지고, ‘팀 회의록 담당’이라는 업무가 주어졌을 때 들뜬 기분이었던 것도 ‘이런 중요한 자리에는 너가 필요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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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스포츠 경기 중간에 잠깐 주어지는 작전타임과도 같다. 이 시간에 서로를 탓하며 질책하는 것으로 허비하는 리더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회의’란, 이어지는 경기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며 사기를 북돋아 주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기회인 것이다.


‘회의 합시다.’라는 말에 불편함이 앞선다면, 앞으로는 ‘당신이 필요합니다’로 바꿔서 들어 보면 어떨까.


백주은 이사(bback@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