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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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관리자 2019-12-27

올 한해 동안 여러 조직 현장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하면서 느낌 점과 깨달은 바를 두 가지로 표현해 본다면 ‘판단정지’와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일’이었다.


우선 ‘판단정지’의 개념부터 살펴보면 오늘날 국제 컨퍼런스에서 ‘뷰카VUCA’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원래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육군이 현재의 세계 정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이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장소에서 접할 수 있다. 뷰카는 오늘날의 세계 상황을 잘 드러내는 네 가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이렇게 상황이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 및 불안정한 금융시장과 고용시장 등의 세상에서 현상이나 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성급하게 자신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조직 내 갈등의 소지가 된다. 이때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을 에드문트 후설(1859~1938, 철학자,수학자)은 ‘에포케 epoche’라고 했다. 에포케는 고대 그리스어로 ‘정지, 중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에포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양한 내용을 시사하지만 그 중에서도 ‘타자 이해의 어려움’을 깨닫게 하며 대화의 중요성과 중용의 자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 중 중립적 태도로 참여자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상호작용을 촉진시켜 집단지성을 일으키는 기본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두 번째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라는 개념이다. 지금부터 반세기 전쯤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Alan Curitis Kay, 1940~)가 저술한 논문『모든 연령대 어린이들을 위한 컴퓨터, 1972』에서 다이나북(앨런 케이가 제창한 이상적인 컴퓨터로, 일본 도시바 사가 1988년에 발매한 세계 최초의 노트북 상품명)을 소개하는 내용을 듣고 ‘대단해, 40년도 더 전에 미래를 예측하다니!’ 하고 생각했다면 그 해석은 완전히 틀렸다. 그는 미래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해 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그렸고 이것이 실제로 만들어지도록 끈질기게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예측’과 ‘실현’이 역전된 것이다. (“철학이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발췌, 야마구치 슈 저)


지금 존재하는 세계는 우연히 만들어진게 아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행한 의사 결정이 축적되어 지금 이 세상의 풍경이 그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라고 남에게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퍼실리테이션 영역에서 살펴보면 창의적 사고와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씽킹의 원리가 미래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방법론이다. 부연하자면 디자인 씽킹은 디자인적 사고를 기반으로 사람중심의 공감을 통해 새롭게 문제점을 해석하고 풀어내어 창의적인 혁신을 촉진하는 마인드셋(David Kelley, IDEO 공동 창업자)이다. 이런 디자인 씽킹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고 현장에 적용하는 성과를 내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퍼실리테이터는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조절함으로써 문제와 비전에 대한 자신의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자극하고, 참석자들이 벽에 부딪혔을 때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주는데 있어 주관적 판단을 중지하고, 나와 조직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를 스스로나 참여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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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애 이사(yoomiae@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