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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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된 기업의 비전수립 사례
관리자 2020-03-11

“2030년 10조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비전 워크숍을 의뢰해 온 A사의 CEO 인터뷰에서 지난 15년간 5배 성장을 이끌어 온 열정적인 회장님의 목소리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비전을 잘 도출하도록 촉진자로서 워크숍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A사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연 매출 3조 규모가 되었으나, 아직 두 회사의 조직문화나 인프라 통합을 물론, 사업 측면에서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양사의 공식 합병에 맞춰 공통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임원들에게 던진 질문, 주력.승부.미래 사업은 무엇입니까?


10여개 사업부 임원진들과의 사전 워크숍에서는 다음의 세가지 질문을 던지고 사업부별 워크숍을 통해 사전작업을 하도록 요청했다.

‘현재의 주력. 승부. 미래사업은 무엇입니까?’ 

'2030년까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Driving Force들은 무엇입니까?'

‘2030년 주력. 승부. 미래 사업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요?’ 


이렇게 메인 워크숍 이전에 조직 내에서 미래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게 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시각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각 조직에서 자료를 정리한 Factbook은 현재에서 2030년을 조망한 근거자료로써, 비전 수립 이후 정기적인 전략 리뷰를 위한 중심 자료로도 활용되게 된다.  각 사업부에서 고객과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실무진들의 깊은 고민이 담긴 Factbook 수준만 봐도 사업부들의 차이를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임직원 사전 FGI와 인터뷰를 통해 Shared Vision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할 3개 아젠다를 도출했다. 바로, 합병되는 두 회사의 통합조직문화를 만드는 이슈, 수년간 미진했던 신사업의 비전, 제조부문의 핫이슈인 스마트팩토리 전략에 대한 합의였다. 


1박2일의 비전수립 워크숍. 60여명의 임원진이 워크숍 룸에 모였다.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있는 워크숍은 처음 경험한다는 A사의 비전 워크숍이 CEO의 오프닝 스피치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사 사업군으로 묶어진 사업본부 임원진들은 서로의 비전과 추진 전략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은 뒤, 보완을 거쳐 2030 비전 로드맵을 작성했다.

동시에, 아젠다 토론팀은 통합 조직문화와 스마트팩토리가 2030년 어떤 모습으로 바뀔 지의 구체적인 모습과 로드맵을 작성했다. 2-Track으로 진행된 워크숍의 결과는 2일차 아침에 전체가 다시 모여서 그 결과를 공유하고, 비전의 도전성과 실행 가능성을 점검하는 Q&A 세션으로 이어졌다.


발표자가 발표를 마친 다음 전자 투표 기기를 통해 실시간 화면에 집계된 청중들의 솔직한 피드백은 노련한 임원진들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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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의 하이라이트, 신사업 비전 도출


A사의 비전 워크숍 하이라이트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신사업 비전을 수립하는 세션이었다.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신사업개발팀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임원진들이 신사업에 대해 오너십을 갖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신사업개발팀이 밤을 세며 준비하던 신사업 비전과 추진전략 발표를 하지 않도록 요청했다. 


워크숍에서는 신사업팀이 신사업 관련된 트렌드 분석 결과만 임원진들에게 제시하고, 신사업 아이템 개발과 유망 신사업 선정을 모두 임원진들에게 직접 하게 했다. 신사업팀이 미리 준비한 자료를 토론의 추가 아이디어로 제시해 주면서 임원진들이 신사업 미래 비전과 전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자,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과 논쟁을 이어갔다. 기존사업 대비 훨씬 많은 리스크 하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신사업의 특성 상, 실제 사업을 추진할 임원진의 관심과 주도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었다.


각 사업본부에서 나름의 Rationale과 전략을 함께 제시한 2030 비전 목표가 수립되었다. 향후 이어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 최종 비전을 확정하고 구성원들과 공유될 것이다. 합병된 두 회사가 공동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가졌던 공유와 토론의 경험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키워 나가는 계기가 되었음을 믿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 - Alan Kay)” 라는 말처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래에 대한 가장 정확한 예측은 구성원들과 함께 할 공통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는 미래 비전이란 ‘2030 매출 10조’와 같은 목표만이 아닌,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또 어떻게 그런 성장을 함께 이루어 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갖춘 모습이어야 한다. 


스토리가 있는 담대한 미래 비전이 그려 졌을 때, 조직은 비로소 구성원들과 미래를 함께 공유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번째 디딤돌을 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채홍미 대표, 인피플 컨설팅(chaehongmi@in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