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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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화로 소통하는 리더 봉준호 감독
관리자 2020-03-25

지난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감독상을 비롯해서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그리고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금번 봉준호 감독의 영예는 한국 영화의 사상 최초는 물론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국가의 최초 작품상 수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역사적인 순간을 되돌려 보기 위해 영화 ‘기생충’과 관련된 내용들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수많은 내용들 중에서도 특별히 관심이 가는 내용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수식어인 ‘봉테일’과 함께 그가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였다. 스토리보드에 그려진 전문가 수준의 그림과 디테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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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 의하면, 스토리보드(Storyboard)란, 영화나 TV광고 또는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작성하는 일종의 문서이다. 영화에서는 장면 장면에 대한 감독의 아이디어와 컨셉들을 기록하여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영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도움을 준다.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는 장면 묘사와 배우의 동선, 카메라의 움직임까지도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봉테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토리보드만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그는 스토리보드에 자신이 구상하고 표현하고 싶은 내용들을 상세히 담아내고, 스토리보드를 함께 일하는 스텝들과 소통의 도구로 활용했을 것이다. 


영화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촬영, 조명, 미술, 음악, 연출, 제작팀 등이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완성된 시각적 결과물을 위해 자신의 맡은 바를 해내야 한다. 그 속에서 감독은 조직의 리더와 같은 역할을 한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앞서 행동하는 사람이다. 또한 리더는 그 목표와 방향이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못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손실을 입는지를 경험으로 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장면들을 최대한 시각화 하였고, 그것이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스토리보드를 도구로 사용했을 것이다. 시각화의 필요성은 여러 번 언급되었듯이 한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각자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해석되어 제각기 다른 내용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한다. 눈앞에 같은 내용을 보면서 논의된 내용은 각자의 머리속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남게 된다.

특히 영화에서는 영상으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동의 목표이므로 더욱 시각화가 중요하다. 배우의 연기, 카메라의 움직임, 조명의 위치나 정도, 미술의 색감과 소품들 그 모든 것들이 말과 글로 전달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것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스토리보드를 통해 최대한 표현하고자 한 봉준호 감독의 시각화 능력은 그래픽 퍼실리테이터로서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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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그에 대해, 

“봉준호 세계의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고 정교하게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송강호

“이 영화에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에드 해리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정교하게 표현하고 공유할 줄 아는 리더이다. 

봉준호 감독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다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도 제2의, 제3의 봉준호 감독과 같은 리더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현 수석컨설턴트, 인피플 컨설팅(ehlee@inpeople.co.kr)